나무는 걷거나 뛰지 않는다. 씨앗이 떨어진 자리에서 한 걸음도 옮기지 않은 채 수십 년, 수백 년을 살아간다. 그런데도 나무는 숨을 쉰다. 뿌리 끝의 세포도, 줄기의 얇은 형성층도, 잎의 엽육세포도 산소를 들어 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보낸다. 호흡은 움직임의 대가가 아니다. 그것은 살아있는 세포라면 예외 없이 치러야 하는 세금과도 같다. 동물이든, 식물이든, 걷는 것이든 뿌리박힌 것이든 말이다.
호흡으로 만든 돈
호흡은 동물이라면 음식을 취해서, 나무는 광합성으로 얻은 에너지(포도당)를 실제로 세포에서 사용할 수 있는 ATP라는 돈을 만드는 과정이다. 이 과정은 살아있는 모든 세포에서 밤낮없이 일어난다. 즉 호흡한다는 것은 이동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살아있음 자체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미토콘드리아
호흡의 핵심은 미토콘드리아에서 행해진다. 세포질에서 해당작용으로 만들어진 피루브산이 미토콘드리아로 들어오면 크랩스회로를 통해 산화되면서 NADH와 FADH2라는 전자운반체를 만든다. 이 전자운반체들이 미토콘드리아 내막을 흐르면서 양성자 농도 차이가 만들어지고 그 기울기로 ATP 합성효소라는 물레방아를 돌리며 ATP라는 돈을 얻게 된다. 그 물레방아를 돌리는 과정에 산소가 들어가고 이산화탄소를 내보내니 호흡은 맞다.
돈을 지급해야 한다
그렇게 만든 돈(ATP)으로 나무의 형성층은 새로운 목부와 사부를 만들고 셀룰로이드와 리그닌을 합성해 세포벽을 쌓는다. 뿌리는 질소와 인과 같은 무기염을 토양에서 퍼 올리고, 사부관 속으로 당을 밀어 넣어야 하고, 그리고 손상된 단백질을 다시 짓는 일에도 돈을 지급해야 한다. 물론 잎과 꽃, 열매를 만드는 데도 비용이 필요하다. 모든 일에는 값을 치러야 한다.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몸 대부분을 죽임으로 사는 것이다
여기서 나무의 전략은 몸 대부분을 죽임으로 사는 것이다. 줄기 안쪽, 대부분을 차지하는 심재도, 두꺼운 나무껍질도 죽은 조직이다. 오직 줄기를 감싸안은 얇은 형성층과 잎, 뿌리 끝만이 대사적으로 살아있다. 그러니 나무 전체의 무게 대비 유지비용은 놀라울 만큼 낮게 나온다. 인간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몸 전체가 살아있는 채로 그 유지비를 감당해야 한다. 체온을 유지하는 데만도 대사 에너지의 상당 부분이 지급된다. 나무는 그런 비용이 없다, 온도가 떨어지면 그저 대사가 함께 느려질 뿐이다.

#미토콘드리아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
나무는 새로 짓는 일 보다 무너지지 않게 지키는 일에 더 많은 돈을 쓴다. 나무의 낮은 유지비는 절제의 결과가 아니라 자기 몸 대부분을 죽여서 얻은 결과다. 나무가 수천 년을 사는 것은 그것을 덜 욕망해서가 아니라, 살아있는 부분을 극단적으로 최소화한 결과다. 그리고 움직이지 않은 것과 일하지 않는 것은 다른 말이라는 것, 어쩌면 살아있음이란 움직이는 것과는 원래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