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게 자아를 묻는다면(생식-체세포 미분리)

늦여름, 거센 비바람이 지나간 다음 날, 공원이나 산에 나가보면 부러진 가지들이 바닥에 흩어져 있다. 그것을 사람들은 ‘나무가 다쳤다’라고 말한다. 마치 사람이 팔을 다쳤을 때처럼, 그런데 그 부러진 가지 하나를 주워 땅에 꽂아두면, 뿌리를 내리고 새 나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럼, 다친 것은 나무의 일부인가, 아니면 잠재적으로 또 다른 나무 전체인가. 이렇게 던진 질문에 어떤 대답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곧 알게 된다.

동물은 완벽히 격리되어 있다

동물에게 이런 질문은 성립하지 않는다. 사람의 팔이 잘려 나가 그 팔이 다시 사람이 되지 않는다. 이유는 명확하다. 동물은 배아단계에서 이미 원시생식세포를 몸으로부터 분리해서 격리하고, 격리된 그 세포(생식세포)만이 정자와 난자로 분화할 자격을 가지게 된다. 그 외 몸을 이루는 나머지 모든 세포(체세포)는 아무리 분열해도 다음 세대에 유전정보를 전달할 통로가 없다. 19세기 말 바이스만(August Weismann)이 제시한 장벽으로 몸과 생식계열은 건널 수 없는 벽, 즉 바이스만 장벽이 그것이다. 그래서 체세포(몸)에서 일어나는 모든 변화(획득형질)와 사건(상처, 단련, 학습)은 그 벽을 넘어갈 수 없고 그 개체와 함께 소멸한다. 격리된 그 생식세포만이 다음 세대로 이어갈 수 있다.

나무는 그 벽이 없다.

나무는 이 벽이 없다. 줄기 끝 정단분열조직의 세포들은 발생 초기에 ‘나는 몸이 될 것이다’ 혹은 ‘나는 생식세포가 될 것이다’를 결정하지 않는다. 그 세포는 잎이 될 수도, 줄기가 될 수도, 꽃(생식기관)이 될 수도 있는 상태로 계속 남아 있다가 어느 순간 위치, 광주기, 온도, 또는 손상 정도에 따라 그때그때 결정된다. 그러니 부러진 가지를 땅에 꽂았을 때 뿌리가 나고 새 나무가 되는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 가지의 세포들은 애초에 ‘나무 전체가 될 잠재력’을 한 번도 잃어 본 적이 없다.

단 하나의 구조적 조건

이 차이의 뿌리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동물의 생식세포계열이 몸속 특정 위치에 격리되려면, 원시 생식세포가 배아 속을 이동해 생식소로 이동해야 한다. 세포가 움직일 수 있어야 가능하다. 그에 비해 식물세포는 셀룰로스 세포벽으로 서로 단단히 붙박여 있다. 각각의 벽돌이 시멘트로 붙어 쌓여있듯이, 세포 하나가 이웃 세포를 타고 넘어가 이동한다는 선택지가 처음부터 없다. 즉 ‘생식세포계열을 따로 격리한다’라는 전략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이 생식과 체세포의 미분리는 세포벽이라는 단 하나의 구조적 조건에 ‘따라 나온’ 결과일 뿐이다.

‘나’라는 화자가 없다.

‘나무가 자기 유전자를 후대에 전한다’라는 문장에는 ‘나’라는 지시 대상과 ‘후대’라는 지시 대상이 분리됨을 전제한다. 여기서 저기로 무언가를 주려면 여기와 저기를 가르는 경계가 먼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나무의 정단분열조직은 오늘 몸의 일부 즉 ‘나’였으나 내년 봄 그 세포가 꽃눈으로 전환되더니 씨앗이 맺힌다. 씨앗은 다음 세대 즉 ‘후대’가 된다. 즉 ‘나’가 하던 일을 바꿔 ‘후대’가 된 것. 여기서 그 둘이 시간차를 둔 같은 세포이고 전달한 자와 전달받은 자가 사실상 같다면 사라지는 것은 사건이 아니라 그 사건을 자기 것이라고 주장할 자격을 가진 화자. 즉 ‘나’다.

질문 자체가 문제

나무를 하나의 개체라고 부를 수 있는가. ‘개체’라는 말은 ‘더는 나눌 수 없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나무는 얼마든지 나눌 수 있다. 가지를 잘라 땅에 꽂으면 또 다른 나무가 되고, 뿌리에서 맹아가 올라와 옆에서 새 줄기가 되면 그것은 같은 개체의 연장인가 새로운 개체의 시작인가. 미국 유타주의 사시나무 군집 판도(Pando)는 수천 개의 줄기가 하나의 뿌리로 연결된 단일 유기체이지만, 그것을 ‘한 그루’라고 불러야 할지 ‘숲’이라 불러야 할지 정하지 못한 극단적인 사례라면, 생식과 체세포가 분리되지 않는 모든 나무가 원리적으로 같은 곤란함에 있는 것 아닌가.

결국, 나무에게 자아나 개체성이라는 말을 어설프게 씌우는 일은 질문 자체를 잘못 던진 것에 가깝다. 나무는 이 질문에 답할 ‘나’가 없기 때문이다.

꽃의 종류와 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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