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식물세포에는 엽록체가 들어있나?

모든 식물세포의 출발점에는 아직 사용처가 결정되지 않은, 즉 미분화한 전색소체(proplastid)를 가지고 있다. 이것을 전문용어로 ‘전색소체는 색소체(plastid)의 전구체(precursor)다.’라고 표현하고 여기서 사용처가 곧 다양한 용도의 색소체가 되겠다.

이 전색소체가 어떤 색소체로 분화할 것인지는 유전 프로그램과 환경 특히 빛의 유무에 따른 상호작용으로 결정이 된다.

먼저 빛을 받을 수 있는 지상에서 잎의 엽육세포(구체적으로는 책상조직)나 어린 줄기의 표피 안쪽 피층 유세포에서는 틸라코이드(Thylakoid)라는 납작한 주머니가 층층이 쌓이면서 광합성을 위한 엽록소가 채워져 탄수화물을 만드는 엽록체가 된다.

그러나 빛이 없는 뿌리나 줄기, 가지의 살아있는 조직에서는 대개 다당류인 전분을 저장하고 필요시 당으로 분해되어 공급하는 기능의 백색체(그중에서도 전분을 저장하는 전분체)로 분화되거나 과실의 성숙이나 꽃과 같은 기관의 착색을 위한 유색체로 분화되어 이소프레노이드 계통의 카로티노이드 같은 색소를 축적하면서 다양한 색소를 지니며 그에 맞는 기능을 하게 된다.

여기서 구분해야 할 것은 카로티노이드는 유색체에 축적되어 노란색, 주황색 등으로 기존 색소체의 색이 노출되는 색소 드라마라면 색소체 밖, 액포에서 페놀 계통의 안토시아닌은 수용성 붉은 색소가 색소체와 무관하게 합성되는 별개의 색소 드라마로서 가을 단풍은 두 개의 완전히 다른 메커니즘이 겹쳐진 형상이다.

이렇듯 엽록체는 전색소체의 다양한 정체성 중의 하나일뿐으로 확인된 것처럼 스스로 미래를 선택하지 않았다. 그 세포가 우연히 빛이 드는 위치에 있었는지, 어둠 속에 놓였는지에 따라 엽록체가 될지 백색체가 될지 정해진 것으로 결국 어떤 정체성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위치의 문제인 것이다. 아무도 백색체를 실패한 엽록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여전히 어떤 잣대를 가지고 판단하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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