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물 빠진 월곶 포구, 갯벌의 가운데 좁은 수로의 물길을 작은 어선 한 척이 지나간다.
배가 지나간 흔적은 길게 물줄기를 흔들었고 물줄기마다 여러 갈래 뻗은 물가지를 또 흔들었다.
작은 어선은 흰 포말을 만들며 물길의 한가운데를 질주했다.
작은 어선은 서해 앞바다 어디에선가 조업하고 돌아오는 길일 것이다.
조업을 한 곳은 넓은 바다였을 것이다.
2
삶이 시작된 곳은 누구나 망망대해였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
바다에 흩뿌려진 냉이 씨앗 같은 삶들은 수시로 바람에 흔들리고 밀려났다.
거대한 너울은 모두를 한쪽으로 밀어내기도 했다.
망망대해는 모든 삶에 꿈을 주었다.
바람과 햇살은 가냘픈 삶의 몸을 키웠고, 마음도 키웠다.
삶은 각자 저마다의 방법으로 노를 젓는 기술을 터득하기 시작했다.
태양을 보고 방향을 잡는 법과 북극성을 찾아 밤에도 방향을 잃지 않는 방법을 익혔다.
잠잠한 바다는 수시로 돌변하여 모든 것을 흩트려 놓았다.
삶은 머리를 흔들어 정신을 차려야 했고, 몸을 추슬러야 했다.
날 선 바람과 추위는 언제든 몸을 뚫고 아픔을 자라게 했다.
어떤 삶은 물속에 잠겨 떠오르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각자 육지를 찾아, 등대를 찾아야 했다.
쉼 없이 노를 저어야 했다.
보이지 않는 정박지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일은 불안과 두려움을 동반했다.
언제 엄혹한 파도가 밀려와 삶을 삼킬지 모를 일이었다.
노를 젓는 일에 흥도 생겼다.
몸의 근육은 쓰면 쓸수록 힘이 불끈했고, 몸에 축적된 감각은 살아 꿈틀댔다.
때로 조용한 밤하늘의 별과 지나가는 바람에 위로를 받았다.
옹기종기 모여 있던 삶은 하나둘 각자의 방향으로 흩어졌다.
이미 멀어져 시야에서 사라진 삶도 있었다.
바다에 떠 있는 각자의 삶은 언제나 고독했다.
때로 삶이 묶이기도 하고, 더하기도 하고, 갈라서기도 하면서 바다에서의 항해는 끝이 없어 보였다.
어떤 삶은 비옥한 땅에 정착했고, 척박한 곳에 정박하여 부서지기도 했다.
등대를 발견하면 노 젓기는 힘을 내었다.
등대가 인도하는 빛을 따라가면 닻을 내릴 아늑한 곳이 있기 때문이다.
그곳이 찾던 곳이 아닐 수 있었다,
돌아 나오는 길은 몇 배로 힘겹다.
가야 할 머물 자리는 사소하고 무수하다.
정박지로 가는 길은 무엇도 정해져 있지 않았다.
바다에서의 항해는 목적지보다 방향성이 우선한다.
3
생각해 보면 삶과 꿈은 달랐다.
꿈은 단지 희망일 뿐이었고, 인생의 어떤 목표도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삶은 방향성이고, 궤적을 가져야 한다.
방향성은 독선 없는 자신의 주장과 신념이 있어야 한다.
신념은 생각 없이 떠밀려 다니지 않아야 만들어진다.
생각의 노 젓기를 해야 자신의 주장을 말할 수 있다.
4
우리의 아이들에겐 인생의 목표나 꿈에 대해 말할 것이 아니라
방향성을 가진 노 젓기에 대해 말해야 할 것 같다
5
작은 어선이 만든 흰 물거품이 욕망에 떠밀려 다녔던 시간처럼 아프게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