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서 먼저 피는 꽃, 날씨가 남은 나무 (인천 신현동 회화나무 – 천연기념물)

2차선 도로에서 좁은 골목길로 들어서 주차 공간을 찾아 주차하고 들어가니 주택가 한가운데 풍성한 아름드리나무가 나타났다. 꽃은 이미 지고 꼬투리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모습에 아까시나무잎을 닮은 작은 잎의 홀수깃꼴겹잎(우상복엽) 형태가 회화나무가 분명했다. 주위를 둘러보고 해설문 표지 앞에 서서 읽어 내려갔다. 마을의 정자목이었다는 것과 꽃이 위쪽에서 먼저 피면 풍년이 오고, 아래쪽에서 먼저 피면 흉년이라는 글귀가 들어왔다.

겹치는 달력

회화나무는 7~8월에 꽃이 핀다. 같은 때 벼는 출수하고 꽃을 피운다. 분명 이 겹침이 이 속설의 뼈대라고 생각했다. 마을 사람들은 논과 나무를 같은 눈으로 번갈아 보았을 것이다. 나무 한 그루는 논 전체의 사정을 줄여서 보여 주는 하나의 표본처럼 읽혔을 수 있다.

수관 안에서 일어날 법한 일

회화나무는 그해 자란 가지 끝에서 원추꽃차례로 핀다. 수관 위쪽은 햇빛을 더 받고 기온도 높아서 눈과 가지의 발달이 아래쪽보다 빠르다. 광합성 산물도 위쪽 가지로 먼저 많이 공급된다. 그래서 햇빛이 충분한 해에는 위에서 아래로 개화가 진행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순서이고, 정상적인 여름이었다는 신호로 읽는 편이 더 정확할 것 같다.

그렇다면, 아래가 먼저 핀다는 것은 이상 신호로 볼 수 있다. 가뭄이 들면 물이 가장 먼저 모자라는 곳이 수관 꼭대기이고, 수백 년이 된 나무라면 꼭대기 가지부터 약해지는 것은 흔한 경향이다. 또한 서늘하고 흐린 날씨가 이어져 저온·일조량이 부족하다면 위쪽의 광·온도 이점이 줄어 개화 순서의 차이가 흐트러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아래 가지의 꽃이 먼저 보인다. 이것은 수목의 일반 원리를 빌려 왔을 뿐으로 회화나무 수관 안의 개화 순서를 직접 다룬 연구를 찾아내지는 못했다.

인과의 방향

결국 나무가 농사를 예측했다기보다는, 가뭄과 일조의 부족은 벼에도 나무에도 같은 날씨로 닥친 공통 원인이 있을 뿐,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예측에는 알리려는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 사람이 그렇게 읽었을 뿐이다.

남은 기억

꽃의 개화 순서는 한 달이 지나면 사라지고,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에만 남는다. 기억에는 맞은 해가 남고 어긋난 해가 흐려진다. 수백 년 동안 구전된 말은 기억의 선택을 통과해 살아남은 문장일 수 있다. 나무 주변에 논은 사라졌다. 나무와 논을 번갈아 보던 농부도 없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무의 꽃이 지면 씨방이 자라 꼬투리가 된다. 잘록한 마디마다 씨가 들어있다. 이 꼬투리는 겨우내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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