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깬 듯 만 듯 멍한 아침을 산책하듯 단지를 돌았다.
어린이집 앞으로 여러 그루의 소나무 군집 중,
가운데 한 나무 위에,
못 보던 까치집이 보였다.
낯선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군집을 이루었고,
여기에 까치집이 하나 더해졌을 뿐인데,
크게 복잡함을 더했다는 생각에 까치집을 한 번 더 올려보았고,
어찌할 수 없는 높이에 체념하듯 자리를 벗어났다.
2
소송에 대한 방어에 성공했다는 얘기를,
조직에서 나와 들었는데,
오늘 그 소송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것도 알 수 없는 자료에 빈약한 논리 근거를 가지고,
어떻게, 그렇게 나약한 근거를 가지고 소송을 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데.
소송해야만 하는 절박함과,
조직의 정당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몰아붙이는 그들의 다급함이 느껴졌고,
그들의 조급함은 시공간을 타고 넘어와 아무 상관 없을 나에게까지 원격으로 압박하는 거였다.
3
어제 오후는 도움을 요청한 자료와 법령을 뒤지며 시간을 보냈고,
어떤 다툼과 관련된 일이 연속하여 발생하고 있구나 싶어,
벗어났으면 좋겠다며,
하늘을 보았으나,
곧 폭발할 듯 무겁게 가라앉아 있다.

#philippines batanes island 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