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점심 식사 후 산책 나온 길.
차진 공기가 맛이 나 내 싶어 숨을 들이켰다.
구름 한 점 없는 쨍한 햇살을 머금은 바람 한 모금이 폐로 들어왔다.
가을의 청량함에 가슴을 폈다.
2
공원 나뭇가지 위에 못 보던 새집이 달려있다.
가까이 올려다봤다.
구멍 아래로 두 다리로 잡고 앉을 수 있도록 만든 막대가 보이고,
알록달록 아기자기한 액세서리가 붙어 있다.
기능에 예쁨을 더하고자 하는 만든 이의 마음이 보였다.
3
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더니,
멀리 색깔을 잃은 회색빛 아파트가 새집 뒤에 있다.
4
집은 내가 확장되는 사적 공간이다.
그래서 집에 오면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는 거고,
전등이 나가면 마음 한쪽이 어두워지는 거고,
물이 새면 몸 일부가 새는 것처럼 안절부절못하게 된다.
청소하면 개운해지고 아픈 몸을 뉘면 공기가 텁텁해지고 집 안 구석구석 아픈 듯 흐물댄다.
가끔은 집의 벽을 넘어 내가 확장되던 시절이 있기도 했다.
마당을 넘고, 담장을 넘어 확장하면 밭이 있고, 산이 있고, 냇가가 있었다.
5
아파트에서는 벽을 넘으면 타인의 공간이기에 나를 확장할 수 없다.
나를 확장하려면 귀촌해야 하는 이유다.
새집은 나를 멀리도 데려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