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가지에서 잎 한 다발을 뜯고, 옆의 잣나무에서 한 다발을 뜯었다. 두 개와 다섯 개의 잎. 손바닥 위에 나란히 놓으면 이보다 분명한 구별이 없다. 숲에서 나무 이름을 처음 배울 때 누구나 듣게 되는 규칙이다. 소나무는 두 잎, 잣나무는 다섯 잎.
규칙은 알겠는데, 둘이어야 하는 까닭이 있고 다섯이어야 하는 까닭이 있을 것 같다. 이 글은 그 까닭을 찾아 들어갔다가, 대신 다른 것을 만난 기록이다.
구별한다는 것
소나무 속을 구별하는 형질에는 셋이 있다. 하나는 다발 속 잎의 수로, 눈으로 센다. 다른 하나는 다발 밑동을 감싼 비늘 조각, 엽초다. 소나무와 곰솔, 리기다소나무 같은 경송(hard pine)은 엽초가 다발이 질 때까지 남고, 잣나무와 섬잣나무 같은 연송(soft pine)은 엽초가 일찍 떨어진다. 마지막 하나는 잎을 잘라야 보인다. 잎 바늘 하나 속의 유관속은 경송은 둘, 연송은 하나다.
국내 흔히 보는 소나무류에서는 유관속 수와 엽초는 함께 움직인다. 경송은 유관속 둘에 엽초는 남고, 연송은 유관속 하나에 엽초는 떨어진다. 이 짝을 따라가지 않는 것은 잎의 수다. 같은 경송이어도 소나무와 곰솔은 두 잎, 리기다소나무는 세 잎이다. 연송인 백송은 다섯 잎이 아니라 세 잎을 가진다. 소나무가 둘이고 잣나무가 다섯이라는 규칙은 맞지만, 그 규칙 아래에 더 단단한 규칙이 따로 있었다.
흔들리는 숫자와 그 아래 단단한 숫자
유관속의 수는 아속의 경계를 넘나드는 예외가 찾은 범위에서는 보고된 적이 없고, 엽록체 DNA로도 구분이 확인된다고 한다. 반면 잎의 수는 한 종 안에서도, 심지어 한 나무 안에서도 흔들린다. 미국 서부의 잣소나무류는 유관속이 하나인 연송인데도 다발 하나에 한 잎에서 넷까지 달리는 종이 있고, 일부 무리에서는 한 잎 다발과 두 잎 다발이 섞여 나기도 한다. 해외에는 이 규칙을 벗어나는 종도 있다. 유관속이 둘인 경송인데 다섯 잎이 나오는 종도 있고, 엽초의 규칙을 거스르는 멕시코의 종들도 있다.
이름은 나무에서, 분류는 잎에서
경송과 연송이라는 이름은 원래 목재에서 왔다. 연송의 목재는 밀도가 낮은 경향이 있고, 그래서 소나무는 단단하고 잣나무는 무르다고 한다. 그렇다고 유관속이 둘이라서 목재가 단단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유관속이 둘인 같은 경송들도 목재의 밀도는 종마다 제각각이다. 변하지 않는 값이 변하는 값을 설명할 수 없다. 두 아속 사이의 차이가 서로의 이유라고 말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두 흐름
잎을 잘라 유관속을 들여다보면 또 하나의 오해를 만난다. 유관속이 둘이라고 하나는 물을, 하나는 당을 맡는 것이 아니었다. 각 유관속은 목부와 사부를 모두 갖는다. 유관속이 하나인 잎도 구조가 같다. 둘이 하나보다 수송이 효율적인지를 직접 비교한 자료도 찾지 못했다.
유관속 다발에는 목부와 사부가 나란히 놓인다. 목부는 죽은 세포가 만든 빈 관으로 물을 나른다. 증산으로 끌려 올려진 물이 팽팽하게 당겨진 상태라서, 단단한 벽을 가진 속이 빈 관이 알맞다. 사부는 살아 있는 세포들이 이어진 길로, 엽육에서 만든 당을 내피, 수송 유세포, 알부민 세포를 거쳐 사부의 체세포로 세포질을 통해 이동하여 줄기 쪽까지 내보낸다. 이쪽은 세포가 부풀어 오르는 압력으로 밀어낸다. 한쪽은 당기는 힘, 다른 쪽은 미는 힘이라서 하나의 관을 쓸 수 없다. 유관속을 둘러싼 수송조직에서는 죽은 가도관과 유세포가 서로 틈을 메우며 뒤섞여 있고, 물은 그사이를 건너 내피를 지나 엽육으로, 당은 반대로 엽육에서 안으로 들어온다. 유관속 하나의 둘레에서 두 흐름이 정반대로 지나간다.
손바닥 위의 숫자
손바닥에는 솔잎이 둘로, 잣나무잎은 다섯으로 센다. 이름을 가르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다만 그 숫자가 어떤 이유를 품고 있을 거라는 기대를 내려놓았다, 유관속 수는 흔들리지 않고, 잎의 수는 흔들리고, 엽초는 대체로 유관속을 따라간다. 이것들이 서로의 이유가 되어 준 흔적은 내가 찾은 범위에서 없었다. 더욱이 잎 하나를 잘라보면 한가운데 죽은 관과 산 세포가 나란히 붙어 있고, 그 안에서 물은 올라가고 당은 내려온다. 그 정교한 구조는 둘과 다섯이 왜 거기에 있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